민채가 내 작업방 바닥에 실례를 했다 그래서 안방에 난민캠프처럼 차려진 내 악기들은 요즘 내 생활의 단면이다 새벽에 일어나 오후까지 세상을 여는 아침도 맞고 브런치 카페도 차리며 프로그램을 하고 집에 오면 몇 달 째 소변도 대변도 좀처럼 잘 가리지 못 하는 고양이를 챙기느라 치우고 닦고 빨래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몸이 축나는 것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건강하지 못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들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할 때 생계와 생활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그래도 내가 웃는 건 민채가 내 옆구리에 몸을 기대오며 눈을 깜빡일 때 빨래처럼 널린 나를 추슬러 주는 반려인의 어깨에 내가 얼굴을 파묻을 때 별 거 없는 일상을 털어내라고 자꾸 찌르는 친구들에게 뒤늦은 고백을 할 때 기력이 다 됐다고 느낀 순간 거짓말처럼 나를 들뜨게 하는 음악 속에 빠져들 때 내가 아직 해내고 싶은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이런 순간들이 내게 있다는 걸 돌이킬 때다 왜 태어났는지 궁금했던 날들은 지났고 이 삶에 별 의미 없지만 어차피 숨 쉬며 살게 된 것 내게 필요한 것도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사랑 뿐이란 결론을 잊지 말자고 환기하며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