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호모 라보란스는 인류의 거대한 자기합리화라고 생각하며 노력에 비해 과한 행운을 얻고 싶은 사람이 되었지만 어릴 적에는 로또 당첨을 입버릇처럼 기원하며 일생 소원으로 삼은 사람들을 경멸하던 때가 있었다 그들에게도 나름의 사고과정이 있었을 것이고 나름대로 많은 맥락이 생략된 포즈였을지 모르겠으나 내 눈엔 그랬다 삶을 들여다보았을 때 그 삶의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 가장 주요한 전환점이 로또 당첨이라면 그 삶이 얼마나 궁색한가 싶은 것이었다 농담이라면 재미없고 진심이라면 좀 부끄러울 일 아닌가 싶었지 어쩌면 그때 나는 로또 당첨보다 더 극적인 일을 내 삶에 일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감추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걸 다시 말하자면 로또 당첨보다 근사하고 멋있는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창대한 꿈이 있었던 걸까 시간은 흘렀고 나는 변했다 그러나 내가 한 때 그런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싫지는 않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그저 자립에 대한 의지 같다 내 삶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길 바라는 마음 어떤 외부로부터의 영향과 타인의 권세 아래 기생하며 남의 힘을 내 것처럼 휘두르며 사느니 미약하고 하찮을지언정 나 자신만의 힘에 기대 조용하고 어리숙한 삶을 살겠다는 어쩌면 여전히 순진하게 들릴지 모를